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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총리도 쫓아내는 나라
뉴질랜드 투데이 | 승인 2018.05.21 10:34

한국 국회는 여야 간 정책 대결 보다는 안건처리를 둘러싼 대치와 갈등의 역사가 더 깊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건설적인 협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맹목적인 진영 논리만 난무한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절대 용납될 수 없겠지만 본회의장 문을 때려 부수는 일도 있었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모두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반민주적인 폭력사태다. 그런데도 누가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무용담이 쏟아지며 행동대원들을 투사로 떠받드는 분위기까지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주의가 제도라는 점을 상기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만저만한 민주주의 파괴현장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민주화를 추구해온 나라의 정치인이라면, 그리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모두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다.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이 왕이다. 의사진행은 전적으로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로 직권으로 한다.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행위는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그랬다간 국물도 없다.

뉴질랜드 국회 방송을 보면 의사진행 도중에 회의장이 소란해지면 국회의장이 질서를 지키라고 의원들에게 주의를 주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어떤 정책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보면 남의 말을 끊고 들어갈 수도 있고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질서는 지켜진다.

의장이 운전대를 잡고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관리해나간다. 질의 답변이 뜨거워지면 의장은 의원들에게 냉정을 촉구하면서 질서 유지를 당부한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 의원은 의장이 회의장 밖으로 쫓아내 질서를 잡는다. 퇴장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만일 그런 명령을 받은 의원이 즉각 제 발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의장은 국회 경위를 동원해 강제로 쫓아내기도 한다. 하루 동안 회의장 입장 금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에서 나온 제도다.

총리가 국회 경위에게 끌려 나간 적도 있다. 지난 1975년부터 1984년까지 국민당 정부를 이끌었던 로버트 멀둔 전 총리는 질의 답변 도중 의사진행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열을 받아 있던 멀둔 총리는 명령에 불응하고 씩씩거렸다.

그러자 의장은 국회 여자 경위를 불러 멀둔 총리를 밖으로 끌어내도록 지시했다. 현직 총리가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여자 경위에 의해 국회에서 끌려 나가는 수모를 당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정신에서 보면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존 키 전 총리도 지난 2016년 현안을 놓고 제임스 쇼 녹색당 대표와 열띤 논쟁을 벌이다 국회에서 쫓겨난 적이 있고 헬렌 클라크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키 전 총리는 발언 도중 의장이 마이크를 끄면서 앉으라고 했는데도 계속 발언을 이어가다 퇴장 명령을 받고 쫓겨났다.

또 클라크 전 총리는 지난 2005넌 야당 의원이 질의하는 데 자꾸 말을 끊다가 역시 퇴장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총리가 자신이 지명한 여당 몫 국회의장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쫓겨난 셈이다. 이런 게 바로 시스템이고 민주주의 힘이다. 그리고 그런 제도를 잘 가꾸어나가는 게 정치 선진국이다. <제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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